조용하지만 강했던
- 민령 김
- 3월 20일
- 2분 분량
영상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이후, 소위 말하는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여러 브랜드의 대표, 대기업의 CEO.
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카메라 뒤에서 지켜보는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공기 같은 것. 말투, 시선, 침묵하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 녹아 있는 철학.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브랜드를 키워온 저력,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물론 사람마다 색은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저 자리까지 도대체 어떻게 갔을까" 싶은 사람도 간혹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사람에게조차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은 배울 것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공통점은 존재했다.
'일단 해' 정신.
실행력.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건 정말이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일단 해보고 죽자
그런 전사같이 용맹한 마인드. 그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결코 그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정말 멋있는 분들이었다.
이번에 작업한 누니 대표님은 조금 달랐다.
이제껏 만나온 대표들과는 꽤 다른 온도를 가진 분이었다. 굉장히 차분하고, 고요했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 안에서 오히려 더 강한 리더십이 느껴졌다.
"조용하지만 강한 사람."
촬영 중간중간 나눈 이야기들 속에서 그걸 많이 느꼈다. 말의 속도는 충분히 느렸다.
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를 꺼낼 때마다 거기에는 따뜻하고 밀도있는 언어들이 담겨 있었다.
그 언어들 안에서 그분의 평소 생각이 보였고, 누니라는 브랜드가 보였다.
말이 그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나는 그걸 이번 촬영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금은 브랜딩 전쟁의 시대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까지, 모두가 자기 자신을 치장하고 알리기에 바쁘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빠르다. 말도, 콘텐츠도, 소비도.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어떤 형식을 빌려서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다.
내가 요즘 느끼는 건 말하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이거 해요, 저거 해요, 우리 브랜드는 이런 거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정작 잊고 있었다.
그 사람 자체가 브랜드라는 것을.
이번 누니주얼리 브랜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그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뭘 많이 말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 그 자체. 인간 냄새가 나는 그 분위기. 가만히 있어도 전해지는 그 무언가.
그게 그 사람의 브랜드 아닐까.
그것을 찾아주는 일.
카메라 앞에 선 그 사람의 결을 읽고, 오직 그 사람만의 모습을 정말 멋있게 담아내는 일.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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