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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필름에 맞는 팀 구성

  • 작성자 사진: 민령 김
    민령 김
  • 4월 4일
  • 2분 분량



2025년의 절반 가까이를 삼양그룹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국내 17회차, 해외 10회차. 총 27회차.


이 회차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중편 영화 한 편을 찍고도 남을 분량이다.

특히 브랜드필름이라는 장르에서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흔치 않다.

어쩌면 이 업계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규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촬영 내내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브랜드필름에 맞는 팀 구성이란 무엇인가."


촬영 전 키 스태프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언제나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있으면 좋고, 그러다 보면 예산은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이 구조가 꼭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이 업계(광고업계)가 작동해온 방식에 가깝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내 현장에서만큼은 한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처음 6회차는 기존의 방식대로 진행했다.

광고 현장에서 검증된 구성, 고급 씨네장비들, 넉넉한 인원. 모든 것이 갖춰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실제 현장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팀이 크고 장비가 좋을수록 움직임은 오히려 둔해졌다.

예를 들어 하루에 20컷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실제로 건질 수 있는 컷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하루 종일 대기하던 그립팀이 카메라 앞에 서는 건 고작 두 번.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조용히 인정했다.

내 판단이 틀렸다고.


돈이 새고 있었다. 바닥에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원하는 클립이 쌓이지 않았다.


남은 회차는 아직 많은데...고민이 깊어졌다.


정말 많은 생각 끝에

일단 다가오는 해외 촬영부터 팀을 다시 꾸렸다.


기존 촬영팀 구성을 걷어냈다.

바디 급을 낮추는 대신 메인 카메라를 2대로 늘리고 줌렌즈와 시네마 렌즈를 병용했다.

그립과 슈팅카를 없앴다. 대신 세그웨이와 짐벌을 택했다.

무거운 장비보다 현장을 자유롭게 훑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촬영 셋팅하는 시간을 줄여 퀄리티 좋은 클립들을 2배 이상 확보했다.


브랜드필름의 촬영지는 통제된 세트장이 아니다.

기업의 연구실이고, 수십 년의 시간이 쌓인 공장 라인이다.

그날의 기계 컨디션이 다르고, 센서 하나가 반응하면 준비한 씬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콘티를 짜도, 실제 현장에 발을 딛는 순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좋은 앵글이, 더 좋은 순간이 눈앞에 나타나곤 한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클립으로 쌓아가는 것이 더 좋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콘티는 소중하다. 하지만 콘티는 나침반이지, 현장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현장의 유동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더 좋은 답을 같이 찾아가는 것,

그것이 브랜드필름 촬영에서 내가 바라는 협업의 모습이다.


영화는 정해진 이야기를 구현하고, 광고는 정해진 컷 수 안에서 완성된다.

둘 다 오랫동안 다듬어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방식이다.


브랜드필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으면서도, 결이 조금 다르다.

특히 기업의 현장을 직접 담아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방식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장르마다 맞는 옷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27회차를 마친 지금, 이번 삼양 프로젝트에서 찾은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하나의 시도였고, 그 시도 안에서 얻은 하나의 방향이다.


다만 제작비가 의미 없이 새지 않고,

하루 안에 원하는 클립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구성의 실마리는 잡은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이 긴 여정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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